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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두번째 도시 - 워털루

Wildcraft Grill + Long Bar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스테이크 하우스는 잘 가지 않는다. 스테이크는 내가 구울 수 있다는 생각도 없지 않고, 무엇보다 밥만 달랑 먹고 휙 나오는 우리 가족의 식사습관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앉아서 술도 한잔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자리에나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연초부터 세무문제로 골치 아팠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잘 해결해준 회계사 친구에게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 그 집 내외와 함께 좋은 곳에서 사치를 한번 부려보자고 마음먹고 여기를 예약했다. 

 

워털루에서는 그래도 꽤 고급스럽고 비싼 레스토랑이고, 아주 자리가 많은 레스토랑임에도 예약을 안하면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사치하기로 마음먹었기에 포도주도 한병 시켰고, 각자 스테이크도 하나씩 시켰다.

 

신혼여행이후로 첨 시켜본 병와인.

말했듯이 빨리 주문받고, 빨리 음식이 나오고, 빨리 먹고 나가는 나의 레스토랑 이용방식에서 벗어나, 포도주 주문하는데 한참, 가져오는데 한참, 디켄팅 하고 기다리는데 한참,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하며 주문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다행히 대화가 재미있어서 지루 하지 않았고, 음식은 깔끔하며 멋들어지게 프레젠테이션이 되어있어서 기분이 좋았고, 웨이터 아저씨는 아주 베테랑이라 우리의 요구사항에 최고의 대답과 유머를 곁들여 주었다.

 

스테이크

어느새 두어시간이 후딱 지났고, 오래간만에 즐겁고 사치스러운 저녁식사를 마치려는데, 와이프가 디저트도 시키란다. 다시 추가되는 한 시간. 

 

쵸코릿 케잌

너무 바삐 살아서 외식도 바쁘게만 한듯 하다. 맛있다면 먹고 싶으니 가긴 가는데, 급한 내 성격과 기다리지 못하는 아들내미를 데리고 다니면서 들어가서 먹고 나오는 것이 한 시간 이내에 안되면 더 이상 그 식당은 가려하지를 않는다. 이제는 아들내미 띠어놓고, 와이프랑 좋다고 하는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누리며 식사하는 호사를 즐겨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