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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게임, TV, 책 들

Anno 1800

3년 전에 워털루로 이사 오면서 데스크톱을 버렸다. 워낙에 오래된 데탑이기도 하였고 회사에서 데탑을 지원해주어서 놓을 때도 마땅치 않았다. 게임은 주로 PS4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컸고. PS4로 게임을 하면 하기 힘든 것이 이런 시뮬레이션 게임들이다. 그래서 랩탑으로 심시티나 시티즈 스카이 라인즈 같은 게임을 시도해보았으나 이런 도시건설류의 게임들은 그래픽의 아기자기한 맛으로 하는데 낮은 사양으로는 그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얼마전 큰맘 먹고 데탑을 하나 조립하였다. 큰 맘을 먹은 이유는 에픽에서 문명 6을 무료로 푼 것 때문이었는데 문명을 한 이틀 하고는 에픽에서 광고를 때리는 이게임 ANNO 1800에 끌리고 결재해버렸다.

ANNO 시리즈는 연대별로 1602-1503-1701-1404-2070-2205-1800 이 나와있는데 1800 이 최신작이라고 하며 1800 이외의 게임은 해보지 못하였다.

이런 류의 게임이 다 그러하듯이 달랑 배하나와 작은 교역소에서 시작하여 건물과 도로를 만들면 사람들이 옹기종기모여 사는 것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하다 보면 그것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왜 신이 인간을 창조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만든 도시의 전경

캠페인 모드가 하나 있는데 이틀 정도 걸려 클리어했다. 그러고는 샌드박스로 빈땅에서 시작했다. 쉬운 설정이라 주변의 AI들이 그리 공격적이지 않고, 건물을 잘못 지어서 철거해도 지었을 때 비용을 온전히 돌려받으니 다행이기는 한데 그래도 할 일이 너무 많다. 처음에 시작하는 농부들은 비교적 요구사항도 적고 그들을 만족시키기가 쉬운데 시간이 갈수록 노동자, 직공, 기술자들은 원하는 것도 많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면 멀리 신대륙에서부터 자원을 가져와야 하는 데다가 뜬금없이 해적이 내 무역선을 작살내버리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 일수이다.

몇 가지 느낀 점 들은,

1. 내 도시를 건설하다 보면 점차로 발전하게 되고 주민들의 요구를 따르다 보면 할 수 없이 신대륙에가서 목화, 커피, 사탕수수, 석유등의 자원을 가져다 와야 하며 그들을 식민지배해야 한다. 하지만 자원만 쏙쏙 빼먹고 폭동일으키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기 바쁘다. 항상 나의 본진을 많이 신경쓰게 되니까. 우리는 식민지배를 당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분노하는데 또 따지고 보면 그때 먼저 발전한 나라들은 다 그짓을 했다. 그 짓을 하면서 착하게 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을 반성한 나라도 없다.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반 인간적인 일들이 많이 이루어졌지만 그때는 그랬으니까. 그것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지금와서 사과하라고 하는 것도 별 의미 없는 짓으로 느껴진다. 굳이 이기고 싶다면, 더 잘살아서 그들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보면 20세기 말과는 확연히 다르며 곧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2. 게임을 하다보면 이것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술집 지어 달라고 하면 술집 지어줘야지, 교회 지어줘야지, 맥주 부족하다면 맥주 만들어줘야지, 어디서 내 배가 공격받고 있다면 달려가서 싸워야지... 왜 집에서 쉴라고 하는 게임에서 조차 이 짓을 하고 있는 걸까?

3. 한번 붙잡고 앉아있으면 하루가 그냥 가버린다. 재밌지만 이제는 접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

맨앞의 농부 건물부터 업그레이드 되어 맨뒤의 투자자 건물(녹색지붕)까지 업그레이드 한다.
공업지역과 농업지역
도시의 번화가 투자자 지역
신대륙의 목화 농장과 권투(혹은 레슬링) 경기장
동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