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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음치 컴플렉스

그래도 아주 어렸을때는 내가 노래하면 재롱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몇 명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엄밀히 말하면, 국민학교 1학년때쯤 혜은이의 새벽비라는 노래가 유행을 하였고,
난 열심히 따라 불렀는데, 뒷집 사는 훈이네서 훈이의 부모가 자기 아들 노래부르는 모습보겠다고
마련한, 노래 부르는 자리에서 나도 한번 불렀다가 웃음 거리가 되버렸다.

그 이후 난 음악시간이 싫었다. 노래를 부름으로서 실기 시험을 보는 것도 싫었고, 아이들이 지켜보는데서 노래부르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실기시험중에 내가 노래를 부르면, 늘 끝까지 부르지도 못했고, 아이들은 항상 웃음, 정확히 말하면 비웃음으로 끝났다.

고등학교 2학년 아마 마지막 음악 시험이었을 듯. 베토벤의 '음악에 붙임'(An die Musik ) 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두 홀데 쿤스트....(Du holde Kunst)' 딱 여기까지 부르니 음악선생님이 반주를 멈추었다.

'자네는 사람많은데 가서 노래하지 말게' - 음악선생님의 마지막 멘트... 내 마지막 음악 시험이었다.

난 즐거웠다. 이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노래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군에서 전역을 할쯤에는 전국적으로 노래방이 없는 곳이 없었다.
되도록이면 노래방에 안가려고 하였지만,
그때는 그게 아니면 노는게 아니었으니.
다시 고민이 생겼다. 머 친구들 앞에서야 노래 못부르면, 그냥 웃고 즐기면 되지만,
가끔 여자가 동석한 자리에서는 정말 너무 짜증이 났다.
안 부르고 가만히 있으면, 삐졌냐는 식으로 쳐다보고, 한곡만해보라고 권유하고,
한곡하고 고개숙이고 있으면 분위기 안좋아지고....

언젠가 군대의 선임하사가 교육생들을 모아놓고, 한 교육생을 노래를 시켰다. 그 교육생은 나처럼 얼굴이 시뻘게 져가지고 떨면서 노래를 부르는둥 하다가 들어갔다. 그때 선임하사의 한마디....
"니네가 가수도 아니고, 노래 불러서 그냥  기분 좋으면 되는 거지
멀 그리 잘부르려는 강박관념에 살고있냐..."

그 말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뭐 어쨌든 내가 노래부르고 내가 고개 숙이고 있으면 분위기 싸하지만, 내가 미친척하고 껄껄 웃어버리면, 모두들 음치의 열창으로 인해 기분 좋아지는것을. 가수도 아니고, 음악을 한사람도 아닌데 왜이리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의 컴플렉스가 되어버렸는가....

이제는 그냥 불러버린다. 음정, 박자가 맞거나 틀리거나, 좀 어려운 자리에서는 되도록 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