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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

샌프란시스코 2019 - 1

도대체 여행은 왜 가는 걸까?
지친 몸을 쉬기 위해서, 경이로운 자연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말로만 듣던 멋진 건물, 조형물들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에서 한 발 빠져나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이 '여행'이라는 것이 좀 과장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든 집보다 편히 쉬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던 경이로운 자연, 건물, 조형물들은 실제로 보면 그리 대단치 못한 경우가 흔하며, 집에서 눈감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직면해있는 문제로부터 한발 뒤로 물러서기는 충분하다. 많은 비용을 쓰면서까지 굳이 여행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여행 중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배우고 뭐 이런 일들은 가족여행에서는 쉽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맞다. 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집에서 뒹굴대며 영화 보고, 게임하는 것을 훨씬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다 보면 내 뜻대로만 살 수는 없다 - 사실 내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여름방학 내내 집에서 치대면서 일 년에 한 번쯤은 짐 싸들고 나가기를 원하는 아이들, 일 년에 일주일 정도는 '뭐해먹지'에서 해방되고 싶은 아내가 있으니까.

굳이 가야 한다면, 난 도시 여행을 선호하는 타입이다. 자연의 경이를 내세우는 관광지의 그 경이로움은 30분 이상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자연의 경이 앞에는 먹을만한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둘째 이유이다. 캠핑 같은 것을 하게 되면 음식을 해 먹어야 하는데, 난 음식을 잘 못하고, 아내는 여행의 목적이 '음식 안 하기' 이기 때문이다.

물론 더 좋은 곳은 'All Inclusive'라고 간판 붙어있는 리조트 들인데, 여름의 캐리비안은 너무 더우며, 애들이 물놀이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 데다가 그런데 가기 싫다고 한다.

이제 첫째 녀석이 대학생이 되는 내년 이후에는 푹 쉴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갈 예정이지만, 올해는 몇 개의 도시를 선정하고 고르기로 했다.

1. 캘거리-밴프
2. 밴쿠버-시애틀
3. LA
4. 샌프란시스코
5. Las Vegas - 몇 개의 캐년.

역시 경이로운 자연이 들어간 1번과 5번은 1순위 탈락. 파란 투어 등의 여행사를 이용해서 여기저기 다 돌아다닐까도 생각했는데, 내가 피곤하다고 탈락. 비행기 타고 가서 운전 8시간씩 하기 싫어서 두 도시 이상 가는 것도 탈락. LA에 대한 별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LA 최종 탈락. 나 역시 가본 적이 없는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로 결정.

비용은 어디를 가나 비슷했다. 도시는 도시라서 호텔비가 비쌌고, 관광지는 관광지라서 비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