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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두번째 도시 - 워털루

Remote Job

이사를 위해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회사에서는 remote job

하는 편이 어떻겠냐고 제의해왔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무척 좋은 제안이었다.

우선 당장 이사한 후에 돈을 쓸데가 무척 많은데 한푼도 들어오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쉬울텐데 그러지 않아서 좋고, 다음은 조그마한 사업을 하던, 다시 직장을 얻던 아무리 빨라도 2~3개월을 족히 걸릴텐데 ( 아마도 6개월 이상은 걸렸을 것이다.) 동안 집에서 편하게 일할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솔깃한 제안이 아닐수 없었다.

 

막상 그러겠노라고 한후에는 다른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전화, 메신저, 이메일로만 주고 받아야 하는데 영어의 문제가 그것중 하나였고, 적지 않은 일복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는데 리모트 잡이라고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지 않을까, 눈치보면서 일해야 되는 아닐까하는 그런 걱정들.

 

이제 리모트 잡이란걸 한지 한달이 넘었다. 1시간의 시차때문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에는 세개의 모니터가 달린 컴퓨터가 있다. 지켜보는 이는 없다. 인터넷창에 조금은 야한 사진이 올라와도 누가 뭐라고 사람이 없다. 회사에서 뒤를 걱정하며 인터넷을 볼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위층에 올라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아내와 수다를 떨어도 된다. 퇴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위로 올라가 소파에서 뒹굴어도 된다.

 

그런데 편하지가 않다. 일은 별로 안하게 되고, 그로 인한 불안함은 그대로이다. 걸리게 될지. 일의 진도가 너무 늦어져서 어떤 압력이 들어올지. 그러면 일을 열심히 하면 되는데 보는 하나 없으니 그게 쉽지 않다. 역시 노예근성….누군가 봐줘야 일하는.

 

오늘 여기와서 처음으로 이력서를 써보았다. 누군가 오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적응 있을지. 언어의 문제는 덜할지. 아무래도 집에서 하는 보다는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아침에 차타고 출근하는 편이 맘이 편할 모르겠다. 지하에서 혼자 컴터보고 있는 답답함도 덜하고. 단지 아내의 맛깔난 점심이 그립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