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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진

사진, 기억 속으로 - 03

이민은 그래도 꽤 긴 시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한국에서 영주권을 받기 위한 시간도 길었고, 정리하는 시간, 그리고 여기 와서 적응하는 시간 동안에는 많은 사진을 못 찍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사진기가 멀어진 듯하다.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주로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캐나다라는 곳, 몽튼이라는 곳, 시골,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여행. 뭐 이런 사진들을 좀 찍기는 하였지만, 아이들은 커가고, 내게 카메라는 무거워지기만 하였다.

 

가끔 가는 여행에는 꼭 사진기를 들고 가려고 노력했고, 무거운 사진기를 대신할 가벼운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도 하나 장만했다. 그러나, 새로운 사진기도 여행도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카메라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우리딸 리즈시절.

2019년, 새로운 사진기를 사며.

중간에 한번 바꾼 나의 메인 카메라인 D200은 너무 오래되었고 늘 풀프레임카메라를 가지고 싶었지만, 잊고 지냈었다. '요새 누가 디카를 쓰냐 핸드폰으로 다 찍는데'라는 말을 무시하기에는 핸드폰 카메라들의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카메라에서는 촬상소자의 크기가 절대 무시 못할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고, 무엇보다도 조금 더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내 성향상 난 핸드폰으로는 사진을 잘 못 찍겠다는 생각에 나온 지 얼만 안 되는 Z6라는 카메라를 샀다. 

 

문제는 아이들은 내가 사진을 무엇으로 어떻게 찍는지와는 무관하게 훌쩍 커버렸고 이제는 어디를 가도 따라가지 않는다. 나의 어리고 예쁜 피사체들은 더이상 내 피사체이기를 거부하고, 우리 부부는 사진 속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15년 전에도 나는 사진 속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늙고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15년 전의 사진을 보면 참 젊고 뽀얗다... 그러니 15년 후의 나를 위해 열심히 사진 속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내 사진을 포스트 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구글 사진에서 만들어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