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난 결혼을 했고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었다.
2002년 아들이 태어났고, 난 아주 작은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계획도 준비도 없었다.
애가 돌이 될 무렵, 쳐밖아 두었던 사진기가 생각이 났다. 오래된 사진기. 요새는 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다는데 하며 검색을 시작하였다.
예전에 쓰던 카메라가 SLR이라는 종류인데, 디지털SLR이 있어서 예전에 사용하던 렌즈도 쓸 수 있단다. 근데 좀 비싸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니 기가 막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테크노마트에 가서 약간의 바가지를 쓰고 D100을 사 왔다.
이건 또 다른 세상이었다. 집에 오면 늘 나를 기다려주는 피사체 - 대충 찍어도 예쁘게 나오는 나의 아들내미를 찍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고, 한편으로는 내 사진 실력이 좋다고 느끼게 만들어줬다.
렌즈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사진기도 이것저것 사보게 되고(F100, F3, G1...), 삼각대, 슬라이드 필름, 스캐너... 돈이 정말 줄줄 새어나가도 행복했다. 더불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측광, 플래시, 각종 필터들...
아이의 예쁜 모습과 사랑하는 아내를 찍어서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 정말로 즐거운 일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사진들을 보면 무거운 가방에 렌즈를 가득 넣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