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전날이라 회사가 썰렁하다.
일은 손에 안잡히고, 뭐 그러고 보면 그리 일이 손에 잡히는 날이 많지는 않는 것으로보아 난 별로 좋은 직원은 아닌듯.....
엊그제 생각난 옛날이야기 하나.
-도둑질해본적있습니까?
뭐 엄밀히 따지고 보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남의 물건에 손댄것은 두번이있다.
첫번째는 초등학교 1학년때쯤으로 기억하는데.
동네 친구들과 팽이치기를 하곤 했다.
다 알겠지만, 팽이를 실에 감아 돌리고 서로 부딪히며 누가 오래가는 가를 버티는 게임이다.
중요한 룰이 지면 팽이를 바닥에 그냥 내려 놓고 이긴사람이 '찍기'라는 기술로 내려놓은 팽이위에 힘껏 내리치며 팽이를 돌린다.
가끔은 팽이가 부서지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한다.....
앞집에 친구넘이 가지고 있는 돌팽이-실제로 팽이의 재질이 돌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맨질맨질한 대리석같은 느낌이었다. 를 난 이길수가 없었다.
게임에서 지고 나면 무참히 깨어지고 나는 내 팽이들.....
별의 별짓을 다해보았지만, 난 애꿎은 팽이들을 박살내고 혼자서 눈물을 닦았다.....(실제로 그것 때문에 울지는 않았지만, 매우 속상했었다....)
어느날 난 그 친구내 집에 놀러가, 몰래 그 팽이를 훔쳤다.
뭐 훔쳐봐야 그 팽이를 내가 사용할 수는 없었다.
팽이치기를 하는 사람이 다 뻔하니까....
그리고 난 그 팽이를 우리집 양지바른 곳에 고히 묻어두었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도 그리 팽이치기의 성적이 좋았던건 아니었다....
물론 들키지도 않았지만.
그리고 그닥 잘못한 일이라는 생각도 별로 안들었다....
내가 버린 팽이가 몇갠데.......
두번째 도둑질은 좀 컸다.
그당시 조립식 완구중에 킹모그라스탱크(왕 두더지 탱크...) 라는 완구가 있었다.
(우와 인터넷 좋다...이 이미지를 찾을 줄이야.....) http://kr.blog.yahoo.com/nextartist/682415.html
가격은 1500원이었는데, 그 1500원의 가치는 지금과 많이 다르다. 30년전쯤 전이니까....
아무리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졸라도,어머니는 조립식완구를 나만큼 좋아하시지 않으셨다.
아니 무척 싫어 하셨다.
차라리 먹을 것을 사주지 저건 안된다.....
어느날 어머니가 외출하시고, 집에 있는 어머니 지갑에는 5만원 가량 있었다. 지금의 50만원 이상이었으리라....
그중 2만원을 훔쳤다.
그리고 난 위풍당당하게 문방구로가서, '킹모그라스탱크'주세요를 외쳤다.
문방구 주인아저씨는 내가 꺼내는 돈 만원을 보더니, '너 그돈 어디서 났니?'를 물어보았다.
갑자기 난 말문이 막혀 거짓말을 했다.
' 엄마가 줬어요....'
그말이 어색했는지,
아니면 그때 당시의 동네어른들이 다 그랬는지.
아저씨는 만원을 빼았아가버렸다.
'엄마모시고 와라. 엄마모시고 오면, 탱크랑 잔돈 다 줄께'
흠......
이렇게 만원을 날려 버렸다.
참 2만원을 훔치기 잘했지....
내일 다른 문방구 가서 사야지.....
그리고 난 친구에게 만원을 맡기고 집으로 당당하게 들어왔다.
'어머니한테는 쌩까야지~~'
집에가자마나 집안 분위기가 않좋다는것을 어린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누나는 벌써 나를 쨰려 보고 있었고,,,,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엄마가 뭐한돈 5만원을 지갑에 두었는데 그중 2만원이 없어졌단다. shoonie가 가져갔니?'
'아뇨'
난 킹모그라스 탱크만 생각했지, 어떤 거짓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정말 얼토 당토 않은 거짓말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충 생각나는 거짓말은.
이상한 아저씨가 와서 가져갔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래 그러면 경찰서 가서 신고해야된다. 그사람의 인상착의나 생김새가 어떠냐...머 이런것을 물어보셨고... 무서워진 나는 결국 난 솔직히 불어버렸다.
친구에게 맡긴 만원이라도 지키려는 맘에 만원은 오는 길에 찢어버렸다고 거짓말을 쳤는데, 어머니는 밤에 후레쉬를 들고 찢은 흔적이라도 있어야하지 않겠냐고 찢어다는 장소로 찾아가셨다.....
어머니는 밤에 문구점에가서 돈을 받아오시고 , 친구한테 맡겼던 만원도 찾아 오셨다.
그리고 그날 난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 .....
아들이 거짓말 장이에 도둑질하는 것을 모질게 막으신 어머니.....흠흠
지금도 가지고 싶은 것들이 있다.
돈의 액수만 바뀌었을 뿐, 그것이 내게 먹는것, 사는 것만큼 필요하지않아도. 그저 가지고 싶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기 위해 거짓말이나, 도둑질을 하지는 않는다.
저 장난감....킹모그라스 탱크를 파는 곳이 있으면 사고 싶다. 아들이랑 같이 조립해보고 싶다는 생각..위 링크의 사진을 보며 해본다.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