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게도 또 '다시 오랜만에 글을 쓴다'로 시작합니다.
2018년에는 좀 더 많이 글쓰는 연습을 해보자고 다짐합니다. 담배를 끊어야 겠다는 다짐보다는 훨씬 잘지켜지리라 믿습니다.
이 긴 제목의 영화(사실 제가 보기 시작할 때는 Jim & Andy 로 보고 시작했습니다)는 어느 한가한 일요일 오후에 무심코 틀은 넷플릭스의 진주같은 다큐멘타리였습니다.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꽤 많은 사전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마 길고 재미없는 글이 될지도 몰라요.
- Who's Jim?
위의 포스터를 보면 한 명의 배우가 떠오를 것입니다. 떠오르지 않더라고 빨간색으로 진하게 이름이 써 있으니까 바보가 아니면 Jim 이 누군지는 쉽게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바로 Jim Carrey (이하 짐) 죠. 에이스 벤츄라로 떠서 마스크등의 과장된 코미디 연기를 하는, 최근에는 활동이 좀 뜸한데요. 그래도 뒤에 설명할 Andy 보다야 훨씬 유명합니다.
- Who's Andy?
그러면 Andy는 누구일까요?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아마 저 포스터에서 짐의 모습뿐아니라 Andy Kaufman의 모습도 찾아 낼 수 있을 듯 합니다. Andy Kaufman(이하 앤디)은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꽤 유명했던 미국의 코메디언입니다.
처음에는 많은 코미디언들이 그러하듯이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내는 것으로 뜨기 시작했는데요.
두번째 영상은 그가 만들어낸 Latka 라는 역할입니다. 어렵지 않은 영어니까 들어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는 독특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사람들을 웃기려고 시도했습니다만, 그 중 몇 개는 사람들로부터 야유를 받고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재능이나 논란을 뒤로 하고 서른 다섯의 나이로 폐암으로 죽고맙니다.
- Who's Toni Clifton?
그러면 제목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Toni Clifton(이하 토니)은 누구일까요?
이사람은 앤디가 만들어낸 캐릭터입니다. 앤디는 가끔 토니로 분장하고 쇼에 나왔어요. (가끔은 다른 사람이 토니로 분장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토니라는 사람은 앤디와는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죠. 말투나, 성격이나… 지금의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사도 있군요. http://www.newsweek.com/donald-trump-andy-kaufman-disguise-election-502292
- 그러면 짐과 앤디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앤디의 특이했던 삶이 아마도 밀로스 포먼 감독의 관심을 끌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그는 앤디의 이야기를 영화화하죠. 그게 영화 Man On the Moon(1999) 입니다. 그리고 그 영화속에서 앤디의 역할을 짐이 맡게 됩니다. 전 짐과 밀로스 포먼감독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를 찾아 보았습니다만, 영화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어요. 앤디의 삶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별로 재미없는 영화이긴 해요. 하지만, 영화속에서 짐의 연기는 정말로 엄청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해의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코메디/뮤지컬부분)을 가져가지요. 당연히 오스카는 못가져 갑니다. 오스카는 워낙에 코미디에 박해서요. (그해 오스카는 아메리칸 뷰티의 케빈스페이시가..)
- 연기란 무엇일까요? 요새는 예능에서 나오는 단어가 되어버린 메소드 연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우가 맡은 역할의 리얼리티를 위해서 그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방법이죠. 보통의 경우 촬영을 하는 동안이 아니어도 늘 그 배역으로 살아갑니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휠체어를 타고 다닌 말론 블란도(맨 1950)의 일화나, 촬영장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일화(갱스 오브 뉴욕 2002)는 유명하죠. 그러한 연기덕에 말론블란도나 다니엘 데이 루이스등 몇몇은 그들의 연기력으로 유명합니다. 근데 그게 마냥 좋을 것만 같지는 않아요. 조커역을 맡아서 연기 후에 후유증으로 고생한 잭니콜슨처럼 그 배역에 드리워진 어두운면까지도 체험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연기자 본인 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이야기하죠. 위의 갱스 오브 뉴욕의 예처럼 자신을 죽일듯한 눈으로 처다보면서 문자 그대로 칼을 가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보면 정말 무서울 듯 합니다.
- 이런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만, 그냥 하는 말이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짐은 완벽히 앤디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앤디로 살아갈때는 그나마 좀 나은데, 가끔 토니로 분장하고 올 때는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좀 받았을듯 합니다. 영화를 보며 제대로 연기한다는 것이 어떤일이니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저 대본 외우고 어떤 이를 흉내내는 정도가 아닌, 진짜로 그삶을 살아간다는 거죠. 연기가 끝나고 짐은 바로 앤디를 지우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해요.
누구한테 권할 만한 영화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관심이 있고 위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면, 혹은 맨 온더 문을 한번쯤 보실 수 있는 분이라면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