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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몽튼을 아시나요?

In limbo. neurosis, jinx, paranoid.

지난 주는 무척이나 힘든 주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되도록이면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8월 말경에 난 이곳의 한 게임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였다.
처음에는 이력서 쓰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면접보는 것도 배운다는 심정으로 가볍게 제출하였는데,

다음다음날 연락이 왔다.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의 징크스(?) 혹은 노이로제는 시작되었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 하였을 때는 꼭 컴퓨터 관련된 일을 하리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영어에도 많은 문제가 있고, 이곳에 컴퓨터 관련된 직종의 일이 많지가 않기 때문에, 큰기대는 안했지만, 직업이 없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강박관념때문에, 난 몸으로 때워야 하는 일이더라도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아주 가까운 곳에 컴퓨터 관련 회사가 있었고, 내가 여짓껏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을 취업사이트에서 보고는 친구에게 이력서 쓰는 법을 물어물어 이력서를 제출했고, 그곳에서 연락이 온것이다.

정말 너무 기뻤다. 실은 면접을 보는 것자체도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회사에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무척이나 긍정적이었다. 연봉도 적지 않게 받을 수 있고,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큰소리 칠 수도 있고, 회사의 분위기도 무척이나 세련되어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이 있으니까....

첫번째 면접을 보고는 굉장히 들떠있었다. 아주 순조로운 면접이었으니까. 기본적인 사항들을 물어보고, 회사에대해 소개 시켜주고, C++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뭐 간단한 시험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준비된 시험을 보았다. 시험은 엄청 어려웠다. 혼자힘으로 풀기가 어려워 c++에 정통한 후배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잘하는녀석도 많이 어려워 한편이었다.

그리고는 절망에 빠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전에 보았는데, 며칠을 그냥 까먹었다. 아 이렇게 시험을 못봐서 떨어지려나 라는 생각에....

월요일에 연락을 주기로 하고는 연락이 없었다.

연락조차 안하려하는 가보다....

다행히 화요일에 전화가 왔다.
다음주에 기술면접을 보겠다는 것이다.
바로보았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1주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정말 답답할노릇이다.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은 열심히 공부를 했다. 시험에서 후배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찜찜했고, 혹시나 다시 물어보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다음주 화요일 난 또다시 양복을 입고, 기술 면접을 보러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험을 다시 물어보지는 않았고, 한국에서 어떤일을 했는지 일일이 확인을 했다. 이날 난 무척이나 버벅거렸다. 갑자기 영어도 잘안들리고 말도 잘안되고....

그리고는 다시 걱정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 제발 됬으면 좋겠는데....
언제쯤 알 수 있냐고 하니 다음주중에는 연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주내내( 그것이 이번주이다.) 전화기 울렁증에, 밤에는 잠을 못자고, 내 행동 하나하나에 모두 징크스가 걸려있었다.

담배를 피면 나를 안뽑을지 몰라.
오락을 하면 나를 안뽑을지 몰라.
지금 어디가면 그사이에 전화오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 나를 안뽑을지 몰라.

내가 무슨 죄인이야? 지내가 필요하면 뽑겠지.
이러다가도. 아니야. 나에게 너무 절실해.
되면 어쩔까? 되면 차를 한대 더사야하기는 하는데...
이런생각하면 안뽑을지몰라.

.....


참 바보같다.

불행히도 금요일저녁이 현재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그리고, 이제는 회사도 대충 포기단계이며, 이 지긋지긋한 노이로제에서 벗어나고 싶다.

난 결정되지 않은 상태가 너무 싫다.
내일부터 우리 회사에 나오세요나, 당신은 이번 모집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뭐이런 확실한 대답을 들으면, 적어도 이 노이로제로부터 벗어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