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민자의 삶/몽튼을 아시나요?

무지개를 본적있나요?

초등학교 5학년이었나 6학년이었나로 기억하는데,
수업시간에 창가쪽에서 '앗 무지개다'라는 말소리가 들리고 모든 학생들이 무지개를 보러 창가쪽으로 갔던 기억이있다.
꽤 엄격한 선생님이었는데, 아이들이 무지개를 감상하는 것을 한참을 내버려 두었다.

그것이 실제로 본 무지개이며, 그이후로는 무지개를 본적이 없다.
별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무지개를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공원의 분수대위에 피어나는 작은 무지개,  비눗방울에 비치는 더 작은 무지개를 보며,

여름에 소나기가 걷히고 해가 나면, 무지개라는 것이 뜬다.
빨주노초파남보 색으로 하늘에 멋진 다리를 만든다.
사람들은 무지개를 보며, 무지개 저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고,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주디 갈란트의 예쁜목소리로 무지개너머 어딘가에있는 세상을 노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아이들뿐아니라, 나의 아내 조차도 무지개를 실제로 본적은 없다고 한다.

어제는 무척무더운 날씨였다.
6월 말인데 이리 더우면, 다가올 7~8월이 걱정스럽다. 겨울에 추운것은 생각하고 왔지만, 여름에 더운것은 별로 고민 안했으니까. 에어컨도 안가져 왔고, 여러개였던 선풍기도 다버리고 혹시 모르니 1개만 가져왔으니... 그래도 여기 쇼핑센타에는 선풍기도, 에어콘도 팔고 있으니 여기 역시 더울때는 무척 더운것 아닐까 걱정했는데. 어제는 정말 더웠다. 특히나 꽉 막혀있는 아파트는 더 그런 느낌이 났고.

오후가 되서 그더위를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소나기가 내렸고, 우리는 그냥 집거실에서 뒹굴고 있었다.
갑자기 아들녀석이 외쳤다.

무지개다.

무지개는 굳이 가르쳐 줄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저 한번만 이야기해주면, 그리고 나타나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하늘에는 정말 예쁜 무지개가 떠있었다. 딸아이는 한참을 그 무지개를 보며 없어지는 것을 아쉬어하고, 그다음날이 되어서도 왜 무지개가 안뜨냐고 투덜댔다. 아내 역시 흥분하여 자기 역시 처음본다며 무지개를 감상했다.

먼 하늘에 있는 무지개를 단렌즈로 찍어서 별로 멋없게 나오기는 했지만, 나중에 컴퓨터가 오면, 반드시 올리고 싶은 사진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