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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게임, TV, 책 들

The Reader

재미있는 영화였다.
몇가지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있고.


우선 군대가기전 영화를 무척 많이 볼때 보았던 스탠리와 아이리스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글을 못읽는 사람을 만나본적 있나?
한국에서는 쉬운일이 아니다. 글을 예쁘게 못쓰는 사람은 많아도 글을 못읽는 사람은 흔치 않다. 우리 선조와 세종대왕의 덕택으로 우리는 정말 과학적이고 쓰기 쉬운 글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글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난 군생활을 기갑학교라는 곳에서 조교를 했다. 논산의 훈련조교와는 좀 차이가 있다. 나의 일과는 교육갱들에게 장갑차의 무전기라든지, 운전법 , 계기판등을 알려주는 것이었으며, 알려주고 책을 보라고 시킨다음 이후 테스트를 하여 평가를 하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된 교육자는 아니 었고, 무척이나 군생활을 하기 싫어 하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군대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군인이었을때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적도 꽤나 있었다.

한번은 무전기 교육을 나갔는데, 무전기를 켜는 방법, 통신을 하는 방법을 교육생 들에게 설명 해 주고 책을 보고 외우라고 시킨뒤 몇분이 지난 후에 한명씩 불러다가 외운것을 체크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끝까지 한자도 안외우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에 잘 못 외워서 버벅 거리는 경우는 있어도 한마디도 안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얼차례도 시켜보고 협박도 해보았는데 정말 한글자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었다. 별로 성격이 좋지 못한 나는 뒤로 불러내서 제대로 혼내주려고 이야기를 시작 했다.
" 책에 있는거 한번만 읽으면 대충 버벅거릴 수도 있지 않냐. 니가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대에서 윗사람이 시키는데 그정도도 못하냐?"
"..."
" 이새끼가... 어떻게 책읽으라고 시간을 줬는데 한글자도 안읽어? 너 글 못읽냐?"
"예"

"...."

내가 무슨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해야 정상적인 것일까?
난 갑자기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글은 다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 내자신이 미안해지고, 글을 읽지 못하는 그친구의 사정이 안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린애가, 혹은 아들녀석이 못읽는다면, 혼내고 잡아 앉혀 가르치겠지. 하지만 나이가 20이 다된 친구가 글을 못읽는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경험은 아니었다.
나는 같은 조의 좀 똑똑한 친구에게 글을 배우라고 이야기 했고, 그런 친구를 하나 찾아 사정이야기를 했다.

스탠리와 아이리스의 스탠리역시 글을 못읽는다. 하지만, 그는 천재적인 발명가이며, 노력을 통해 글을 읽기 시작한다.

리더의 한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글을 모르지만, 문학작품을 듣고 눈물을 흘릴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소녀(?)이다.
범죄자? 여러 유태인을 죽인 살인마? -- 글쎄. 무식하고 바보같은 아줌마일뿐이지. 그냥 시키는데로 하고 월급을 타가는. 직장에서 승진을 시켜주면 글을 못읽는 것이 밝혀질까 두려워 다시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하는.
그런사람이 죄 뒤집어쓰기에는 아주 적당하다.

또 다른 이야기.
10대의 후반에 성적인 경험. 물론 난 없다. 하지만, 그당시에 그런 경험이 있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것이 없었던것이 오히려 다행인 듯하다. 그 감성이 풍부한 시기에  영화속의 사랑을 하였다면, 이후 삶이 ,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마이클은 평생그녀를 가슴의 짐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며, 영화속에서도 그러하다. 꼭그런 비극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을 평생간직하게 되는 것이 그런 격정적인 사랑아닐까. 그저 마음속으로만 품었던 풋풋한 사랑은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지만....평생을 그녀에게 지배되어 살아야 할 지도....

또 다른 이야기.
난 아카데미시상식을 신뢰하거나 환호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카데미의 남녀 배우에게 주는 상을 보면 다른 영화랑 비교없이 보았을 때 '받을만 하다'  라는 것이다. 즉 다른 노미니된 배우들과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단지 '더 리더' 라는 영화만 보면 충분히 여우 주연상을 받을 만한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안그런 영화상이 어딨냐고? 글쎄 한국의 몇몇 영화상은 "이걸 왜 줬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서....
1997년에 타이타닉이 아카데미를 휩쓸었을때 타이타닉의 두 주인공은 아무상도 받지 못했다. 그해의 아카데미최우수 남우 주연상은 모두
As good as it gets 라는 영화로 잭니콜슨과 헬렌헌트가 타버렸다. 그때의 케이트트 윈슬렛은 정말 별루였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연기'하는 배우가 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