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2병'은 중3 때쯤 시작한 듯한데 굉장히 오래갔다. 어쩌면 피터팬 콤플렉스와 함께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의 어느 부분까지도 난 소위 말하는 중2병에 걸려있었다. 중2병이라는 것이 자의식의 과잉이 주요 병세 아닌가?
나야 생긴 것이나, 능력이나 남보다 탁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없었기에 영화라는 데에 집착한 것 같다. '스크린'이나 '로드쇼'등의 잡지를 탐독하여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남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 힘들거나 잘 안 보는 영화를 보는 것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 듯하다. 1980년대 후반에는 보기 힘든 영화가 무척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노력을 들여 유명한, 하지만 재미는 없는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때 잡지에서 프랑스의 누벨바그가 어쩌고, 오슨 웰슨이 어쩌고 뭐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배웠다. 영화를 보면 뭔 소리인지 몰랐지만, 책에서 본 이야기들을 읊어서 아는 척하고 영화감독이 되겠는니 평론을 하겠는니, 시나리오를 쓰겠느니...
참으로 다행인 것은 그때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없어서 내가 병신인 것을 남에게 많이 안 들키고 컸나 보다.
그때 많이 들어본 영화가 이 영화 vivre sa vie이다. 잡지에 이름이 많이 나오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장 뤽 고다르의 영화. 근데 다행히 그때는 이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프랑스 영화는 미국 영화에 비해 더 구하기가 어려웠고, 가끔 프랑스 문화원 같은 데서 상영하긴 한 것 같은데 그나마 유럽 영화들은 지루하다는 것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깨우치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도 아마 그 당시에 이 영화를 보았으면, '우와 명작임'이라고 했을 듯하다. 독특한 카메라 움직임, 유럽 영화 특유의 생략과 모호함에서 연결되는 있어 보임...
헌데 나이를 들어보니, 영화를 보는 눈이 보다 현실 적이 되어버렸는지 아니면 개뿔도 관심 없고 때려 부수는 것만 좋아하는 아저씨가 되었는지 영화가 별로 재미가 없다. 독특한 카메라 움직임도 다큐멘터리 형식이라는 것도 배우의 뒤통수만 찍는 것도 이제는 식상한 방법인지 그저 올드하기만 하지 현명함이라고는 찾기 어렵다. 주제도 약하고, 이게 왜 그녀의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획기적인 이야기 전개, 카메라 무브, 편집 등이 당시에 획기적이었고 지금까지 많은 영화 작가들에 의해서 재사용, 혹은 오마쥬 되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지금도 재밌냐면 그건 아닌 듯하다.
지금 히치콕의 영화를 보며 느끼는 재미는 없다. 다음에는 트뤼포의 쥴앤 짐을 한번 찾아보고 이것도 재미없으면 누벨바그는 접어야 할 듯. 하긴 1962년에 nouvelle 이 지금도 nouvelle 일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