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디'를 보았습니다.
주디는 배우 주디 갈란드(Judy Garland)의 후반부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1922년에 태어났고 1969년에 죽었으니, 참 짧게 살다 간 배우여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1939년작 오즈의 마법사에서 'Over The Rainbow'를 부르던 모습, 적어도 목소리는 안 들어보기도 힘들 듯합니다. 수많은 광고 음악의 배경 음악이었고, 영화는 대 히트를 쳐서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의 아이 세대들에게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흑백 영화이니까요. 거기에 수없이 많은 후속작들도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22년 생이 39년에 오즈의 마법사에 나왔으니, 17에 영화에 나온 셈이네요. 사실 그 이전부터 주디 갈란드는 노래잘하는 MGM 전속배우로 이름이 나있었다고 합니다. 요새 아메리칸 갓 탤런트 등에 나오는 노래 잘하는 어린 여자아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시에는 어린아이의 인권 따위는 별로 관심 없었어요. 더더군다나 주디 갈란드의 아버지는 게이였고 일찍 죽었으며, 어머니는 딸아이의 행복보다는 돈이나 명예 배우로서의 성공 등에 더 관심이 많았던 듯합니다. 그게 딸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어린 딸아이의 성접대, 담배, 약물 등 안 좋은 것은 다 시키면서 살인적인 스케줄로 아이를 잡습니다.(잘 알려진 이야기라 그런지 영화에서는 디테일하게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유명 스타가 되는 것은 사실 안 좋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16세 이전에 돈을 벌면 그건 다 부모가 좋은 것이지 애들이 좋을 것이 없거든요. 애들은 그저 친구들이랑 쿵딱거리고 뛰어놀 때 행복한 거죠. 물론 노래를 잘하는 아이가 사람들 많은 곳, 혹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 속에서 노래를 부름으로서 얻는 행복도 (전 평생 경험해 볼 수 없지만) 만만치 않겠지만, 먹을 것 못 먹고(금전적인 이유도 아니면서) 놀 것 못 놀고, 잠 못 자면서까지 그런 일을 지속해야 한다면 보통의 경우 10대 후반에서 결판나죠.
그녀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47세에 죽기전에 20년간 5번의 결혼을 하는데, 그저 결혼-이혼뿐인 것이 아니라 아주 복잡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불면증, 우울증 등을 심각하게 가지고 있죠.
영화는 이런 그녀의 마지막을 보여줍니다.
추가하여,
1. 영화에 '사장님'으로 등장하는 Mayer씨는 당시 영화계의 거대 기업이었던 MGM(Metro-Goldwyn-Mayer 사자가 로고에 나오는 회사)의 마지막 M의 Louis B. Mayer입니다. 당대 영화계의 최고 거물이었죠.
2.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올해의 오스카에서 이야기가 되었던 영화는 거의 다 본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