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기생충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기생충이 한국어로 된 영화여서입니다. 아카데미는 한 번도 영어로 녹음되지 않은 영화에게 상을 준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후보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시까지는 전 보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1917이 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았으나, 스토리를 중요시 여기는 제게 영화는 별로 대단하지 못한 이야기였어요. 오히려 결혼 이야기, 아이리쉬 맨 등이 더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적의 함정이니 공격하지 말라'라고 이야기하러 하루 반나절동안 전장을 걸어가는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중에 하나는 '롱테이크' 때문일 것입니다.
롱테이크는 뭘까요? 감독이 영상을 찍을 때 '레디~큐' 로 시작해서 '컷'이라고 끝내면 그것이 한 테이크가 됩니다. 보통 몇십 초 내외에요. 길어야 몇 분이고요. 근데 좀 과하게 긴 것을 롱테이크라고 합니다.
롱테이크로 찍는 게 어려울 까요? 그럼요. 조금만 생각해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배우가 대사 실수라도 하면 긴 영상을 다시 찍어야 하고요. 배우들의 움직임이 많으면 그 움직임의 동선을 따라서 카메라도 같이 움직여줘야 하고, 거기에 배우들의 동작까지 다 잘 짜여 있어야 하죠. 그러니 치고받는 영상은 롱테이크로 잘 안 찍어요. (올드보이의 망치 씬은 치고받는 액션씬이 롱테이크로 잘 들어가 있죠.)
근데 어려운 것을 왜 하는 거죠? 이건 온전히 제 생각이어서 잘못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요 테이크의 편집이 자주 바뀌고 현란하면 관객은 영상이 화려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정신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영상과 관객의 사이는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긴 테이크로 가면 관객은 이야기를 천천히 몰입하면서 이야기와 동기화시키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자기가 본 이야기 같은 느낌... 그래서 보통은 초반에 롱테이크를 많이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비티(2013), 좋은 친구들 (1990), 살인의 추억(2003)의 롱테이크 등은 아주 유명하니 한 번씩 찾아보세요.
1917은 영화가 하나의 테이크처럼 보입니다. 초반에 참호 속에서 움직이는 장면은 실제로 하나의 테이크일 텐데 찍느라고 고생 좀 했을 것 같네요. 그러나 실제로 하나의 테이크는 아닙니다. 영화가 두 시간 정도 상영되는데 영화 속 시간은 그 이상이니까요. 즉 움직임이 없는 배경, 폭발 등으로 화면 전체가 화이트 아웃되거나, 충격으로 블랙아웃 되는 장면이 있다면 그 부분에서 컷을 한 거죠. 버드맨(2014)도 비슷한 편집이었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죠. 보이후드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개인적으로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습니다. 영화가 하나의 테이크 일 필요가 있나요? 하나의 롱테이크도 촬영이 쉽지 않을 텐데 그런 롱테이크를 몇 개를 찍고 기술적으로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무엇을 느끼게 하려는 것일까요? 그저 감독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위해 배우, 스텝 갈아먹기로 밖에 안 보여요.
당연히 별 볼일 없는 제 생각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좋다고 하더라고요. 영상미나 배우의 연기 그리고 당연히 몰입감( 마치 같이 총 메고 동행하는 3번째 병사 같은 느낌)이 훌륭하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며 몰입감에 빠져 들던가, 저처럼 언제 편집되었는지를 찾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