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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몽튼을 아시나요?

커피.

1994년 난 시애틀에 잠시 있었다.
잠시 있었던 내가 뭐라고 이야기하면 우습게 들릴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시애틀은 잠못이루는 밤, 비가 많이 오고, 얼터너티브 락밴드들. 그리고 커피다.

길거리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두들 긴 컵에 커피를 먹고 있는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만해도 한국에서 고급 카페를 가면 파는 커피란게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이라던지 헤이즐넛, 프렌치 바닐라등의 향커피들을 미국식으로 내려먹는 커피였다. 물론 다방커피를 먹는 사람들도 많았고.

난 커피의 맛을 잘 몰랐다. 첨가하는 설탕의 단맛으로 홀짝일뿐. 하지만 시애틀에 왔으니 한번쯤 시도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길거리 카트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그당시 에스프레소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점원은 내게 니가 찾는 것은 에스프레소가 아닐것이라며 큰컵에 바닥에깔릴정도로 조금 커피를 따라 주었다. - 에게 이게 뭐야. 한모금도 안되는 걸 주고 있어....
이상한 표정을 지었더니 그사람이 니가 찾는 것은 '라떼'일 것이라며 우유를 잔뜩 부어주었다. 그런데 그게 꽤나 맛이있었다. 설탕을 따로 추가 하지 않았음에도 부드럽고 커피의 향이 꽤 진하고 향긋했다.

뭐 그곳에 오래 살았다면 자바 져키가 됬겠지만, 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커피를 마실기회에 많았겠지만, 딱히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언젠가 소개팅을 나갔는데, 그카페에서 Latte 라는 메뉴가 있었다. 나는 반가워 주문하는 아가씨에게 라떼 주세요..라고 이야기 했다.
주문을 받은 젊은 아가씨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무식하다는 듯이 이야기 했다. '아~ 라테겠죠...'
헉 그런가...

난 약간 무안을 받았지만, 뭐 아직 소개팅녀가 나온것도 아니고 뭐....
그리고 잊어버렸다.

96년에는 이태리에 갈 일이 있었다.
그곳에는 길거리의 빵집이나 조금한 가게 같은 곳에서도 커피를 아주 싼가격에 마실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주문할때는 라테를 주문했다... 웬걸 그사람들의 발음은 라떼에 가까웠다. 이런 망할년. 지도 모르면서 잘난척한거잖어....하긴 1년여 지난 일이니 하소연 할때도 없고 나역시 확실하지 않았으니...
이태리 말로 latte, 불어로는 lait 모두 우유를 가르키는 말이다.  이태리는 cafe latte 를 마시고, 프랑스는 cafe au lait를 마시는 거 아니겠는가 아마 같은 커피로 생각되어지는데...(다를수도 있다.)
어쩄든 이태리에서 마셔본 결과 라떼 보다는 카푸치노가 더 맛있었다. 거품의 부드러움과 진한 커피향. 그리고 놀랄 정도로 싼가격...(기억으로는 당시 500~600원정도였던 것같다.)

그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는 카푸치노를 찾아다녔는데 맛이 그맛이 아니었다. 만들어주는 데도 별로 없었거니와 메뉴판에 있다고 해도 제대로 에스프레소를 증기로 뽑아낸 것이 아니었기에...

2000년대가 넘어가면서 스타벅스가 들어오고 이제는 카푸치노 먹는 일이 어려운일이 아니지만 그리고 한국에서는 요새 향커피나 아메리카노 먹으면 약간 촌스러운듯해보이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맛나는 카푸치노는 정말 보기 힘들었다.

누나가 이태리에서 생활하면서 내게 보내준 수동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수 있는 주전자(무엇이라 부르는 지모르겠다.)와 수동 우유 거품기를 통해서 와이프가 만들어주면 그것도 꽤나 맛있었는데 거품을 내는게 워낙에 힘들어서 자주 부탁을 하지 못했다.

예전에 만들어준 카푸치노의 포스팅은 여기있다.
http://shoonie.tistory.com/entry/%EC%B9%B4%ED%91%B8%EC%B9%98%EB%85%B8

길게 이야기 했지만, 결론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하나 샀다.
워낙에 비싼 것들이 많고 좋은 것들이 많지만, 정말 싸구려가 하나 보여서 샀는데 의외로 맛있는 카푸치노를 만들어주었다.


흐흐 요새는 와이프와 카푸치노 한잔씩하는 맛이 쏠쏠하다...
결론은 45$ 짜리 에스프레소머신 자랑. 미괄식.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