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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소송.

대학교때인가 멋있어 보이려고 카프카의 심판을 일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은 그냥 잔인할 정도로 깝깝하다는 것이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해를 못해. 당시 독문학도 였던 친한 형에게 소설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냐고 되물었다.
난 "존나 깝깝하지"라고 대답했고, 의외로 형은 제대로 이해 했다고 답변해주었다.

회사를 그만 둔지 9일이 되는 오늘 난 직장의료 보험이 해지되어 지역의료 보험으로 가입되었다는 우편물을 받았다.
나라에서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 집에서 놀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감지해서 내가 살고 있는 집 주소로 우편을 보낼 정도로 나를 잘 알고 있다.

작년 11월에 난 난생처음으로 '전세금 반환 소송'을 냈다.
4월에 만료가 된 계약을 몇가지 문제로 질질끌다가, 7월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3개월이 지난 10월에 소를 제기하겠다고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했고, 난 11월 초까지 대출금 일부를 갚겠다는 조건으로 조금 기다리려고 했으나, 대출금은 조금도 갚지 않았고, 결국 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번4월에는 집을 빼고 이민을 갈 예정이다.

하지만, 4월에 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11월에 낸 소송의 재판이 그때까지 완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렸다.
집값을 돌려 받을 수 있는 지는 이제 의문도 아니다. 여태 살아보니, 돈을 꿔준경우건, 전세를 들어간 경우건, 돈을 못받는 경우가 받는 경우에 비해 그리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세금은 대출받은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집값은 폭락하여 집주인이 이제는 더 큰소리를 쳐도 할말도 없어져버렸다.

그이야기는 일단 논외로 하고,
11월에 제기한 소송이 2월 4일에 화해 권고결정이라는 문서로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쌍방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소송은 끝나고, 나는 집을 강제집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방 측은 송달이 완료 되었다고 인터넷에 올라 오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사를 했다며, 친절하게 이사한 곳의 주소를 알려 주었다.

법원에 전화를 하였더니, 주소보정을 신청하여 우편으로 보내라고 한다. 시간이 한시라도 급한 나는 법원으로 달려갔다.그리고 주소 보정을 신청하려고 한다니까, 주소보정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냐고 되물었다. 명령을 받은 적은 없다고 이야기 하고 인터넷으로 아직 송달이 되어있지 않아 직접 확인하였다고 말하니, 기다리면, 송달에 실패 할 것이고, 그러면, 법원에서 주소를 보정하라고 내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 그럼 제가 소송을 빨리 진행 시키기 위해서 할일은 기다리는 일밖에 없나요?"
"예."

집에 오는 길에 짜증이 밀려 왔다. 기다리고, 다시 보정신청하고, 그리고 송달이 되고,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재판날자 잡고, 그런 것들이 일사 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분명 아닐 텐데. 내가 할일은 집에서 인터넷켜고 언제 내게 송달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법원의 민원 상담하는 아저씨가 생각이난다.

집을 빌리며 난 돈을 지불했고, 나는 기간이 끝나고, 나오려고 하는데, 집주인은 돈이 없다. 아주 분명한 상황이고, 별다른 재판거리도 없다.
집주인이 어떻게 계약을 위반했는지, 어떻게 약속을 어겼는지는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집주인은 앉아서 "돈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자꾸 귀찮게 전화하지 말아요" 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다리는 일 밖에 없다. 그 기다리는 중에 집값은 계속 떨어져 경매를 붙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2년여전서부터 계획한일은 미루어져야만 하며, 여러 비용이 추가로 들게 생겼는데, 집주인은 집값보다도 많은 대출금을 대출 받아서 사용했으니 이제 집을 날려도 손해 볼것이 없게 되었다.

허영만의 비트라는 만화에서 민이가 변호사의 사무관을 후려치며 이야기한것이 기억난다.

"육조지기란게 있지. 즉 집구석은 팔아서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