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집에서 떨어진 곳에 구해서 룸렌트를 시작했다. 방이 네 개인 이층에 방 두개는 집주인 내외가 사용하고, 남은 두개의 방은 하나씩 룸렌트를 주고, 욕실이 딸린 화장실은 룸렌트를 하는 사람이 나누어 쓰기로 되어 있었다.
하나의 화장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나누어 사용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다. 매번 샤워를 하거나, 용변을 보고는 항상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닦아내거나 지저분한 것들이 남아있지 않게 치워야 하는 것도 그렇고, 소리등도 신경써야하니까.
워낚에 예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아무리 불편한 곳에 가더라도 머리만 닿으면 잠들어버리는 무딘 성격이지만, 이상하게 화장실 사용은 불편했다. 두어 달이 지나도록 화장실에서 제대로 용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말에 집에 가면 주말내내 화장실에 붙어있었다. 다시 주중에 렌트방으로 돌아오면 아래배가 불편함에도, 아무리 변기에 앉아있어도, 용변을 볼수가 없었다.
음식물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집에서와 거의 비슷한 양과 종류의 식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주중에 운동량이 많으니까. 심리적 요인이라고 단정하고,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언제 이런 변비가 나를 찾아왔었던가? 잠은 잘자는 것으로 보아 뇌는 무디지만, 장은 예민한가?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한 일들에 대한 적응이 장에만 특별히 작용하는가?
두어달 가량 원인을 찾았지만, 난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변비에 좋다는 식이섬유 섭취나 과일, 수분 섭취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도 두어달이 지나도록 별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오늘, 정말 처음으로 화장실에서 시원함을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의 용변을 막고 있었던 심리적인 억압을...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변기 뚫는거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