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퍼져 쉬기로 결심한 일요일아침.
아내의 걱정어린 목소리에 나도 성질이 확나버렸다.
"변기옆에 물이 새는것 같어..."
한국에서 귀하게(?) 자라온 나로서는, 나와 거리가 아주 많이 떨어진 단어인 '변기'라는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더더군다나 지난해 말 누나네 집에 방문했을 때 직접 봐서 알고 있지만 이동네의 배관공들의 공임 가격은 변호사들과 어깨를 나란이 하는 지라 - 누나네 집에 온 배관공은 그저 잠깐 화장실을 둘러보고는 '이건 배관의 문제가 아니라 인테리어의 문제니까 실리콘으로 실링만 잘하면 될 것이다'라는 간단한 조언을 듣기위해 300$을 지불해야만 했다.
아무리 피곤하고 냄새나는 일이어도 할 수 있나, 9살난 아들넘을 시킬수도 없고. 결국 변기를 뒤집어 까기로 했다.
홈디팟에서 산 'HOME IMPROVEMENT 1-2-3' 라는 책을 보니 변기를 교체하는 것이 그리 난이도가 높은 작업은 아니고, 변기도 150$선에서 살 수도 있으니 최악의 경우에 사서 갈아끼면되고 그것도 실패하면 그때 가서 배관공을 불러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변기의 나사를 풀렀다. 역시 변님들이 들어가는 곳이라 시각상으로나 후각상으로 그리 아름답지 못한 광격이 펼쳐지긴 했지만,그래도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보아하니 변기와 배수구사이에서 압착되어있어야 하는 왁스가 앉아있는사람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하여 한쪽으로 눌리고 그래서 그틈으로 조금씩 새는듯 했다. 역시 왁스를 사서 갈아끼워야지 라는 마음으로 홈디팟으로 향했다.
문제는 그게 왁스라고 불리우는 것인지도 몰랐다는 것. 홈디팟을 구석구석 뒤진후에야 그것을 따로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격은 10$ - 150$~400$ 하는 변기를 사면 당연히 그안에 들어있다.... 사면서 직원에게 이거 사가지고 가면 되냐고 물으니, 친절하게도 유튜브 찾아보면 가는 법이 자세히 나와있다고 한다....
집에와서 부랴부랴 http://www.youtube.com/watch?v=Y_hVZ3rPzm4 이거 보고 비닐장갑을 연신 갈아 끼며 왁스 설치후 기존의 변기를 설치했더니, 웬걸 허당이었다. 왁스의 높이가 부족해서 왁스와 변기의 배수구가 서로 닿지를 않았다.... 이런이런. 찾아봐도 더이상의 정보는 없고... 변기를 사자니 비싸고 변기안에 들어있는 왁스가 충분히 두꺼울지도 의문이고...다시 짜증게이지 만땅...
와이프와 함께 다시 홈디팟에 갔다. 역시 홈디팟은 없는 것이 없는 천국. 높이를 올려주는 왁스도 있었고. 또다른 장비도 있었다 물론 가격은 10$내외, 집에와서 드릴질 조금하고 레벨을 올려준후 왁스를 설치하니 이제는 변기와 잘 맞물리는 듯 했다, 나의 육중한 무게로 지긋이 눌러주니 왁스도 이제 잘 달라 붙어 씰링이 제대로 될듯 하다.
하지만 아마추어로서 항상 걱정거리는 정말 물이 안샐까.... 다시 뜯어볼수도 없고, 물이 샌다고 당장 콸콸넘치지는 않을 것이고. 여하튼 일요일 설치후 목요일 현재까지는 깔끔하고 뽀송뽀송한 타일바닥을 볼수 있다. 만일 이글이 지워진다면 다시 변기들고 쇼하고 있는 것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