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난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불광동 박석고개라는 고개 꼭대기에 주택에 살았었다. 그때도 무척이나 강아지를 기르고 싶었었고, 조르고 졸라서 강아지를 기른 기억이 두번있었다. 두번의 경우다 잡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 크는 것을 보지 못하고 한번은 죽고, 한번은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서야 안 사실이지만, 강아지는 1년이면 적어도 크기에서 성견이라고 말할 수 있고, 당시 가억으로 아주 작을때의 모습밖에 기억하지 못하니, 아마도 아주 빫은 시간을 같이 있었던듯하다. 가출한 개야 우리가 싫어서 떠난것이니 그리 슬프지 않았는데, 죽은개는 멀쩡히 잘살다가 동네에 개장수가 지나간이후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토하더니 죽어버렸기 때문에 얼굴도 못본 개장수를 근거 없이 증오하기도 하였고, 무척이나 슬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외로 감성적인 아버지와 누나와 함께 뒷동산(정말 뒷동산)에 묻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절대로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아버지는 말씀 하셨고, 난 동의하였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나보다 먼저 죽는 일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내가 먼저 죽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결혼을 해서 분가를 하였지만 개를 키운다는 것은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 한국의 아파트가 개를 키우기에는 좋은 조건은 아니고, 난 키운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작은개 보다는 좀 큰 개들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 여기에 왔을 때에도 그리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들 녀석이 좀 겁이 많은 편이기도 했고. 한데, 어느날 부터 아이들이 졸라 대기 시작했다. 강아지를 아니면 고양이를 아니면 살아있는 아무것이라도 키워보자고….
재작년쯤 '말리와 나'라는 영화를 보며 개를 기르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는 골든 리트리버를 사려고 알아보았었다. 거의 입양직전까지 갔었는데 막판에 나도 주춤하고, 처도 주춤해버렸다. 그러고는 또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작년11월까지 기다려야 했다.
누들이 우리집에 온지 두달이 안되었다. 아직까지 말썽피고, 먹는것만 밝히는 철없는 아가씨지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은 누들을 사랑하면서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배우고 있는 듯 하다. 나역시 그렇게 혼내고 괴롭혀도 퇴근하면 나에게 관심을 끌기위해 미친듯이 뛰어 다니는 누들을 보면 잘해주지 못하는게 미안하다. 그래서 자주 누들에 대한 이야기와 글을 남겨볼까 한다. 역시 작심삼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