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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기타.

회사동료인 코리의 밴드 공연을 보고 나서 기타에 빠져 버렸다.

중학교때로 기억되는데, 아랫집 박모군의 영향으로 통기타를 산적이 있다. 하지만 곧 창고행이었다.
고등학교때 정모군의 영향으로 다시 기타에 빠져 들었던 적이 있다.  머 음악적인 재능이 전무한 관계로 기타는 전혀 진전이 없었지만, 그래도 정모군의 영향은 내게 꽤나 컸다. 그이후로 난 음악을 듣기시작했으니까. 그전에는 몇몇 히트가요나 듣는 정도 였는데, 그의 영향으로 레드 제플린을 핑크플로이드를 비틀즈를 알게 되었으니까.

이따금 기타를 쳐보려고 시도 해봤지만, 나에게 악기란, 혹은 나에게 음악이란 나의 청각에게만 호의 적이었지, 나의 다른 어떤 부위도 음악과 친하기 힘들었다. 

다른 취미들은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해보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흉내는 낼 수 있었는데, 악기는 피아노도, 하모니카도, 기타도 전혀 진전이 없었다.

결혼 이후에도 또 기타바람이 한번 불어서 작은 클래식 기타를 샀는데, 너무 싸구려를 샀는지 소리도 별로 않좋고 크기도 좀 작아서 조금 뚱땅 거리다가 창고행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또다시 그 바람이 불고 있다. 분명 사도 한두번 뚱땅 거리다가 집어 넣을 지도 모르고, 도무지 잘 할 자신이 없는 악기를 왜 사고 싶은지 모르겠다. 악기 자체의 아우라가 나를 사로 잡기도 하고 내가 영원히 가질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어제는 악기 상점에 가서 기타를 한참을 보았다. 사진기를 살때는 비싼 사진기를 사는 것이 단지 돈의 문제였다. 돈만 있다면 아무리 비싼 사진기라도 아느척팍팍하면서 살 수 있다. 이건 이래서 비싸기 때문에 내 거래를 이해할 수 있고 남들에게 설득을 시도 할수도 있다. 하지만, 어제는 참 처참했다. 남들은 기타를 들고 소리를 들어보고 간단한 곡들을 연주해보고 소리에 차이를 느끼고 고민고민하는데... 난 그럴 능력이 없다. 그저 돈을 주면서 '이거 주세요.' 라고 말해야 한다. 왜 '이악기를 선택했죠?' 라고 물으면 예뻐서 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 뭐 그것도 악기를 선택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결국 말없이 뒤돌아 나왔다.
기타가 가지고 싶다. 깁슨 레스폴이 가지고 싶다. 그리고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